한밤중 울리는 전화벨 소리 의사의 차분한 목소리. 그 순간 세상은 멈춘 듯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분주하고 중요한 결정들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3일장'이라는 단어는 72시간의 압축된 시간을 의미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절차와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은 슬픔을 이야기하기보다 가장 힘든 72시간을 존엄하고 차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로드맵입니다. 경황없는 상황 속에서 당신이 길을 잃지 않도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임종 직후 장례식 절차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일차 준비)
임종 직후의 몇 시간은 장례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슬픔에 잠겨 있기보다 침착하게 필수적인 절차들을 하나씩 밟아나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고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증명하고 장례를 치를 장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가장 첫 단계는 사망진단서(또는 사체검안서) 발급입니다. 병원에서 임종하셨다면 담당 의사에게 즉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자택에서 임종하셨다면 경찰에 신고하여 검안 절차를 거친 후 사체검안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서류는 장례식장 이용과 화장 또는 매장 및 사망신고 등 모든 행정 절차의 기본이 되므로 최소 7부 이상 넉넉하게 발급받는 것이 좋습니다.
사망진단서가 준비되었다면 다음은 장례식장을 결정하고 고인을 안치하는 단계입니다. 기존에 가입한 상조 서비스가 있다면 즉시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고 없다면 직접 장례식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장례식장 선택 시에는 조문객의 접근성과 시설 및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1일차 핵심 체크리스트
임종 직후 정신없는 상황에서 놓치기 쉬운 필수 항목들입니다. 순서대로 확인하며 진행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사망진단서 발급: 병원 원무과 또는 검안의를 통해 발급 (7부 이상)
- 장례식장 선정 및 계약: 상조회사 연락 또는 직접 장례식장 방문
- 고인 안치: 장례식장 안치실에 고인을 모시는 절차
- 부고 알림: 유족, 친지, 지인에게 부고 메시지 발송
- 빈소 선택 및 설치: 조문객 규모를 고려하여 빈소 크기 결정
- 영정사진 준비: 미리 준비된 사진이 없다면 기존 사진을 확대하여 사용
장례식장이 결정되고 고인을 안치실에 모셨다면 유가족은 빈소를 정하고 제단에 올릴 영정사진을 준비합니다. 동시에 부고를 작성하여 가까운 친지부터 시작해 지인과 직장 등에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문자 메시지나 SNS를 통한 모바일 부고장을 많이 활용하므로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빈소 마련과 조문객 맞이 (1일차 ~ 2일차 핵심)
장례식 절차 준비 시 빈소가 마련되면 본격적으로 조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3일장 기간 중 가장 많은 조문객이 방문하는 시기이므로 상주와 유가족의 역할 분담과 조문 예절 숙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빈소는 고인을 추모하고 조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이므로 경건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상주와 유가족은 전통 상복 또는 검은색 정장을 착용합니다. 남성은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를 착용하며 여성은 검은색 한복이나 원피스 또는 투피스 등을 입습니다. 완장이나 리본은 상주와 고인과의 관계를 나타내므로 정확하게 착용해야 합니다.
| 상주 표식 | 대상 | 설명 |
|---|---|---|
| 줄 완장 (남성) | 아들, 사위, 장손 | 검은색 줄의 개수로 고인과의 관계를 표시합니다. (예: 상주 2줄, 맏상제 3줄) |
| 무줄 완장 (남성) | 상주 외 가까운 친척 | 줄이 없는 완장을 착용하여 상주가 아님을 표시합니다. |
| 머리핀 (여성) | 아내, 딸, 며느리, 손녀 | 흰색 또는 검은색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착용합니다. |
조문객을 맞이할 때는 슬픔을 표현하되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문객이 분향이나 헌화를 마치고 절을 하면 상주는 함께 맞절하거나 조용히 목례로 답합니다. 조문객에게는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모시겠습니다" 와 같이 간단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랜 시간 빈소를 지켜야 하므로 유가족끼리 교대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조문객 응대 시 주의사항
조문객에게 결례가 되지 않도록 몇 가지 사항을 유의해야 합니다. 상주는 죄인이라는 의미에서 조문객에게 말을 먼저 걸지 않는 것이 전통 예법입니다. 또한 과도한 음주나 소란 행위는 삼가고 빈소는 항상 청결하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고인을 모시는 의식 입관과 성복 (2일차)
장례식 절차 2일차에는 고인의 몸을 정갈하게 닦고 수의를 입혀 관에 모시는 입관(入棺) 의식이 진행됩니다. 입관은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다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로 보통 장례지도사의 주관하에 유가족이 참관하는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됩니다.
입관 절차는 크게 습(襲)과 염(殮)으로 나뉩니다. '습'은 고인의 몸을 깨끗이 닦고 수의를 입히는 과정이며 '염'은 수의를 입힌 고인의 몸을 베로 감싸 묶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고인의 존엄성을 지키며 정성스럽게 진행됩니다. 유가족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고인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종교에 따라서는 목사나 신부나 스님이 참여하여 기도를 올리기도 합니다.
입관이 끝나면 관을 결관포로 덮고 유가족은 비로소 정식으로 상복을 갖춰 입는 성복(成服)을 합니다. 성복 이후에는 상주와 유가족이 제사상에 음식을 올리고 제를 지내는 성복제를 올립니다. 이는 고인에게 상복을 입었음을 알리고 본격적인 상(喪)의 시작을 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입관식의 의미와 유가족의 마음가짐
입관식은 고인의 육신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슬픔이 크겠지만 고인이 편안한 모습으로 떠나실 수 있도록 예를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경건한 마음으로 의식에 참여하고 고인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속으로나마 전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성복제가 끝나면 빈소의 촛불과 향을 밤새도록 꺼뜨리지 않고 지키며 조문객을 계속 맞이합니다. 2일차 저녁부터 밤까지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찾는 시간이므로 유가족은 조문객 응대에 집중해야 합니다.
마지막 배웅의 길 발인과 운구 (3일차)
장례식 절차 3일차 아침 고인을 장지로 모시기 위해 장례식장을 떠나는 발인(發靷) 절차가 시작됩니다. 발인은 고인과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의식으로 발인제(또는 영결식)와 운구(運柩) 순서로 진행됩니다.
발인에 앞서 유가족과 친지들은 빈소에 모여 간단한 제물과 함께 발인제를 올립니다. 이는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이제 장지로 떠남을 알리는 의식입니다. 종교에 따라서는 예배나 미사나 예불의 형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발인제가 끝나면 관을 밖으로 모시는 운구가 시작됩니다.
운구는 상주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 직접 관을 운반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최근에는 장례지도사와 운구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구 행렬은 일반적으로 영정사진과 명정(고인의 관직이나 품계를 적은 깃발), 영구(관), 상주, 유가족, 조문객 순서로 이동합니다.
| 절차 | 내용 | 주요 참여자 |
|---|---|---|
| 발인제/영결식 | 장지로 떠나기 전 올리는 마지막 제사 또는 종교 의식 | 유가족, 가까운 친지 |
| 운구 | 고인의 관을 장례식장에서 장의차량까지 옮기는 절차 | 상주, 친척, 장례지도사 |
| 장의차량 탑승 | 영정사진과 위패를 앞 좌석에, 유가족은 뒤따르는 버스에 탑승 | 유가족, 장지 동행 조문객 |
| 장지 이동 | 화장장 또는 매장지로 이동 | - |
장의차량에 관을 모신 후 영정사진과 위패는 차량 앞 좌석에 모시고 상주와 유가족은 운구차 뒤를 따르는 버스나 승용차에 탑승하여 장지로 이동합니다. 장지에 도착하면 화장 또는 매장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화장의 경우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유골을 수습하여 유골함에 모십니다. 매장의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하관 및 봉분 작업을 진행합니다.
장례 후 절차와 필수 행정 처리 (마무리)
장례식 절차 3일장이 모두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고인을 모신 후에도 처리해야 할 몇 가지 전통 의례와 중요한 행정 절차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꼼꼼하게 챙겨야 비로소 장례가 온전히 마무리됩니다.
장례를 마친 후 첫 제사인 초우제를 지내고 장례 3일째 되는 날 묘소나 납골당을 다시 찾아가 제를 올리는 삼우제를 지내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는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새로운 안식처에 잘 적응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의식입니다. 최근에는 장례 당일 저녁에 성묘로 삼우제를 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행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망신고입니다.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사망진단서 또는 사체검안서를 첨부하여 시/읍/면사무소 또는 주민센터에 신고해야 합니다.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장례 후 필수 행정 처리 리스트
장례 후에도 잊지 말고 처리해야 할 중요한 행정 절차들입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사망신고: 1개월 이내 (정부24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이용 시 편리)
- 상속 관련 처리: 상속재산 조회, 상속 포기/한정승인(3개월 이내), 취득세 신고(6개월 이내)
- 금융 관련 정리: 예금, 보험, 신용카드 등 해지 및 정리
- 유족연금 신청: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해당 시 신청
- 장례비 정산: 장례식장 및 상조회사 비용 최종 정산
이 외에도 고인의 재산 상속 문제나 금융 거래 해지 및 유품 정리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특히 상속 관련 절차는 법적인 기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후에는 조문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하게 됩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고인을 아름답게 보내드리는 과정은 힘들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과 위로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