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의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고,
좋아하던 드라마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그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애써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여정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미리 알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당황스러움과 두려움 대신, 존엄하고
평화로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임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회피하는 대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신호들을
과학적 근거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가족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의 곁을 지키며, 의미 있는 작별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신호: 초기 신체적 변화

삶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면 우리 몸은
서서히 활동을 멈추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는 질병의 악화와는 다른,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입니다. 가족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는 주로 에너지 수준과
신진대사의 저하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식욕 부진과 기력 저하입니다.
이전과 달리 음식을 거의 찾지 않거나,
몇 숟가락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끼는 모습은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이는 신체가 더 이상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억지로 음식을 권하기보다는 환자가 원하는
소량의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수면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주요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하루 대부분을 잠을 자거나
몽롱한 상태로 보내게 되며, 깨어 있는 시간도 점차 줄어듭니다.
이는 신체가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마지막 노력이므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사회적인 위축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초기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처
임종 전 초기 증상들은 삶을 정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입니다. 식욕 감소, 수면 증가, 활동량 저하는 신체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신호이므로,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환자의 상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억지로 음식을 권하거나 잠을 깨우기보다는,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환자의 작은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고, 곁을 지키며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됩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임종이 수개월에서 수주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가족들은 이러한 신체적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환자가 겪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며 남은 시간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미리 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의미 있는 작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임종 직전의 뚜렷한 증상들: 호흡과 의식의 변화
임종이 임박하면 신체 기능의 저하가 더욱 뚜렷해지며, 특히 호흡과 의식 수준에서 명확한 변화가 관찰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가족들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이 임종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호흡 양상의 변화입니다. 숨을 빠르고 얕게 쉬다가 갑자기 몇 초간 멈추는 '체인-스토크스 호흡(Cheyne-Stokes respiration)'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래나 분비물이 기도를 막아 '가래 끓는 소리(Death Rattle)'가 들리기도 합니다. 이 소리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삼키거나 기침할 힘이 없어 분비물이 고여 발생하는 소리입니다. 환자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거나 상체를 약간 높여주면 소리가 완화될 수 있습니다. 의식 수준의 변화도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시간, 장소, 사람을 혼동하는 섬망 증상을 보이거나, 대부분의 시간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때로는 오랫동안 의식이 없다가 갑자기 명료한 정신으로 돌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말기 명료(Terminal Lucidity)'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완전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가족에게는 소중한 작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체 순환 기능이 저하되면서 피부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손과 발부터 시작해 피부가 차갑고 축축해지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피부색이 얼룩덜룩하게 변하는 '피부 반점(Mottling)'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심장이 혈액을 신체 말단까지 보내는 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입니다. 이때는 따뜻한 담요를 덮어주어 체온을 유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소변량이 줄어들고 색이 짙어지는 것 역시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을 미리 숙지하고 있으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임종 직전 주요 증상 | 특징 | 가족의 대처법 |
|---|---|---|
| 호흡 변화 | 체인-스토크스 호흡(무호흡과 빠른 호흡 반복), 가래 끓는 소리 | 상체를 높여주거나 옆으로 눕혀 호흡을 편안하게 돕기 |
| 의식 저하 | 혼수 상태, 섬망, 시간/장소/사람 혼동, 말기 명료 현상 |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청각은 마지막까지 남아있음을 기억하기 |
| 피부 및 순환 변화 | 손발이 차가워짐, 피부 반점(Mottling), 창백하거나 푸른빛을 띰 | 가벼운 담요를 덮어 체온을 유지해주고, 전기장판 등은 피하기 |
| 배설 기능 변화 | 소변량 감소, 짙은 색의 소변, 실금 또는 실변 | 의료진과 상의하여 기저귀나 유치 도뇨관 관리하기 |
정서적·심리적 변화와 가족의 역할
임종을 앞둔 환자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깊은 정서적, 심리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남겨질 가족에 대한 걱정,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와 성찰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어떤 환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거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며 내면으로 침잠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가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판단 없이 환자의 감정을 수용하고, 따뜻한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괜찮아질 거야"와 같은 막연한 위로보다는 "많이 힘드시죠", "무슨 생각이 드세요?" 와 같이 환자의 감정을 인정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말없이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감싸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청각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어 보이더라도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평소처럼 부드럽고 사랑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했던 좋았던 기억들을 이야기해주거나,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환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대화를 위한 마음가짐
환자와의 마지막 대화는 남은 가족과 떠나는 이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용서할게'와 같은 진솔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또한, 환자가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이제 저희 걱정은 마시고 편히 가셔도 괜찮아요"라고 허락의 말을 건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는 환자가 남겨진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을 덜고 평화롭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랑의 마지막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 또한 가족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더라도, 가능한 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자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를 풀고 싶어 한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환자가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가족들은 후회 없는 작별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환자의 편안함을 위한 돌봄: 통증 관리와 환경 조성
임종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신체적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돌봄의 핵심입니다.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바로 통증 관리입니다. 통증은 환자의 마지막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므로, 의료진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환자가 통증을 직접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으므로, 찡그린 표정, 신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등 비언어적 신호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처방된 진통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투여하고, 통증 조절이 잘되지 않을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통증 관리와 더불어, 환자가 머무는 환경을 평화롭고 안락하게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자가 평소 좋아하던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거나, 은은한 아로마 향을 활용하는 것도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조명은 너무 밝지 않게 조절하고, 외부 소음을 차단하여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침대 시트는 항상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여 욕창을 예방하고, 부드러운 소재의 옷을 입혀 피부 자극을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나 면봉으로 입술과 입안을 자주 닦아주는 구강 간호도 환자의 편안함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환자의 편안함을 위한 돌봄 체크리스트
✅ 통증: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진통제를 정확히 투여하고, 비언어적 통증 신호를 관찰합니다.
✅ 구강: 젖은 거즈나 립밤을 이용해 입술과 입안을 촉촉하게 유지합니다.
✅ 자세: 2시간마다 자세를 부드럽게 변경하여 욕창을 예방합니다.
✅ 환경: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환기가 잘 되도록 합니다.
✅ 체온: 손발이 차가워지면 가벼운 담요로 덮어주되, 전기장판 사용은 피합니다.
가족의 부드러운 손길은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한 위안을 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손을 잡아주거나, 이마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는 스킨십은 환자의 불안감을 줄여주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환자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영적 지도자의 방문이나 조용한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모든 세심한 돌봄은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가족이 해야 할 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지만, 미리 준비하고 소통함으로써 후회 없는 이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가족들은 감정적 준비와 함께 몇 가지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환자의 마지막 소망을 확인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연명의료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밝힌 적이 있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를 작성했다면, 그 뜻을 존중해야 합니다. 장례 형식이나 장지에 대한 환자의 바람이 있었다면 이를 기록해두고 가족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마지막까지 지켜주는 의미 있는 과정입니다. 다음으로, 가족 및 가까운 지인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누가, 언제 방문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계획하여 환자가 너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종이 임박했을 때 연락해야 할 사람들의 비상 연락망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2026년 현재, 대부분의 병원과 장례식장은 임종 후 절차에 대한 안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관련 서류나 절차에 대해 미리 문의해두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돌봄 제공자를 위한 자기 돌봄(Self-Care)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 과정에서 가족, 특히 주된 돌봄 제공자는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소진을 경험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대로 환자 곁을 지키며 짧게라도 휴식을 취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른 가족이나 친구와 나누며 지지를 구해야 합니다. 건강한 식사와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 노력하는 것이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슬픔을 미리 표현하는 '예기 애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 속에서 가족 구성원 서로를 돌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슬픔과 불안, 죄책감 등 각자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지지해야 합니다. 임종은 한 사람의 삶의 끝이지만, 남은 가족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함께 슬픔을 나누고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는 과정은 가족의 유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건강한 애도 과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