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에 달합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긴 삶을 살아가지만, 역설적으로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과 '장례'에 대해서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임종이 보편화되고 장례 절차가 전문화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운 이의 부고를 접하기 전까지 장례식 절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합니다. 갑작스러운 비보 앞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고, 낯선 용어와 복잡한 절차 앞에서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 글은 당신이 처음 마주하는 3일의 시간 동안, 경황 속에서도 고인에게 온전한 애도를 표하고 마지막 길을 잘 배웅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임종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1일차 준비)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은 그 어떤 준비를 했더라도 깊은 슬픔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애도할 시간도 잠시, 상주와 유가족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위해 현실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임종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사망진단서(또는 사체검안서)를 발급받는 것입니다. 이 서류는 장례 절차를 시작하고, 이후 사망신고 및 각종 행정 처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서류입니다. 병원에서 임종하셨다면 담당 의사에게, 자택 등 병원 외의 장소에서 임종하셨다면 경찰에 신고 후 검안의를 통해 발급받아야 합니다.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면, 다음 단계는 신뢰할 수 있는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를 결정하고 연락하는 것입니다. 미리 정해둔 곳이 없다면 고인이 임종한 병원의 장례식장을 이용하거나, 여러 상조회사의 상품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장례지도사와 상담을 통해 장례 형식(가족장, 일반장 등), 기간(보통 3일장), 종교 등을 결정하고 빈소 크기를 정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유언이나 평소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정이 완료되면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이송(운구)하고, 부고를 작성하여 친지 및 지인들에게 알리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장례지도사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면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임종 직후 필수 체크리스트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놓치기 쉬운 초기 단계의 핵심 절차입니다. 아래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세요.
1. 사망진단서 발급: 장례의 시작을 위한 필수 서류입니다. 최소 7부 이상 발급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2. 장례식장 선정 및 계약: 고인 이송 전 장례 장소를 확정해야 합니다. 상조회사 이용 시 담당 장례지도사와 상담하세요.
3. 고인 이송(운구): 장례식장 또는 상조회사의 구급차를 이용하여 고인을 빈소로 모십니다.
4. 부고 알림: 장례식장, 발인일시 등이 확정되면 유가족, 친지, 지인에게 부고를 알립니다.

빈소 마련과 조문객 맞이 (1일차-2일차)
장례식장에 고인을 안치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빈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빈소는 고인의 영정 사진을 모시고 제사상을 차려 조문객들이 애도를 표하는 공간입니다. 영정 사진은 고인의 생전 가장 평온하고 보기 좋았던 사진으로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단에는 국화꽃 장식을 하고, 종교에 따라 촛대, 향로, 성경이나 불경 등을 함께 놓습니다. 이와 동시에 상주와 유가족들은 상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검은색 양복, 여성은 검은색 한복이나 양장을 착용하며, 상주임을 표시하는 완장이나 리본을 착용합니다.
빈소 준비가 끝나면 1일차 저녁부터 2일차까지 본격적인 조문이 시작됩니다. 상주는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조문객이 도착하면 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곡을 하거나 묵례로 맞이하고, 조문객의 조문(분향/헌화, 재배/묵념)이 끝나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때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모시겠습니다" 와 같이 간결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가족들은 역할을 분담하여 조문객 안내, 음식 접대, 부의금 관리 등을 맡아 원활한 장례 진행을 돕습니다. 이 시간은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상주와 유가족은 지치지 않도록 교대로 휴식을 취하며 조문객을 맞이해야 합니다.
| 역할 | 주요 임무 | 참고사항 |
|---|---|---|
| 상주(喪主) | 장례의 주관자, 조문객 맞이의 중심 | 고인의 장자 또는 장손이 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 주부(主婦) | 상주의 아내, 안살림 및 접객 총괄 | 조문객 접대, 음식 관리 등을 주로 담당합니다. |
| 유가족 | 상주를 도와 장례 절차 진행 보조 | 역할을 분담하여 부의금 관리, 조문객 안내 등을 맡습니다. |
| 호상(護喪) | 장례 실무 총괄 (외부인사) | 장례 경험이 풍부한 친척이나 지인이 맡아 실무를 돕습니다. |

고인을 모시는 마지막 의식, 입관 (2일차)
장례 2일차에는 3일장 절차 중 가장 중요하고 엄숙한 의식인 '입관(入棺)'이 진행됩니다. 입관은 고인을 관에 모시는 절차로, 단순히 시신을 안치하는 것을 넘어 고인의 몸을 정갈하게 닦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殮襲)'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 과정은 유가족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며,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다하는 의미 깊은 의식입니다. 염습은 장례지도사의 주관 아래 진행되며, 먼저 고인의 몸을 깨끗이 닦고(습), 준비된 수의를 정성껏 입힙니다. 이후 생베나 삼베로 고인의 몸을 감싸 묶는 '염'의 과정을 거칩니다.
염습이 끝나면 고인을 관에 모시는 입관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때 관 내부는 고인이 편안히 누울 수 있도록 한지나 천으로 채우고, 고인의 유품이나 편지 등을 함께 넣기도 합니다. 입관이 완료되면 관보를 덮고, 유가족들은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종교에 따라서는 입관예배(기독교), 입관예절(천주교), 입관법문(불교) 등 해당 종교의 의례를 함께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시간은 유가족에게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순간일 수 있지만, 고인과의 마지막 대면을 통해 애도의 감정을 정리하고 온전한 작별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입관 후에는 관을 빈소에 안치하고, 상주와 유가족은 다시 조문객을 맞이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 입관 절차의 주요 용어 이해하기
낯선 용어 때문에 당황하지 않도록 각 절차의 의미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 염습(殮襲): 고인의 몸을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전 과정을 통칭합니다.
- 습(襲): 소렴과 대렴으로 나뉘며, 고인에게 수의를 입히는 절차를 말합니다.
- 반함(飯含): 고인의 입에 불린 쌀과 엽전 등을 물려주는 의식으로, 저세상 가시는 길 배고프지 마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입관(入棺): 염습이 끝난 고인을 관에 모시는 절차입니다.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 발인과 장지 (3일차)
장례 3일차 아침이 밝으면, 고인을 장지로 모시기 위한 마지막 절차인 '발인(發靷)'이 시작됩니다. 발인은 고인이 담긴 관을 장례식장에서 장지로 떠나보내는 의식입니다. 발인에 앞서 유가족과 친지들은 빈소에 모여 간단한 제사나 종교 의례(발인 예배/미사 등)를 통해 고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의식이 끝나면 관을 발인장으로 운구하며, 상주와 유가족, 가까운 친지들이 그 뒤를 따릅니다. 이때 상주는 영정 사진을, 가까운 친척은 위패와 관을 들고 이동합니다.
운구차에 관을 싣고 나면, 모든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장지로 함께 이동합니다. 장지는 고인을 모시는 마지막 장소로, 크게 매장(埋葬)과 화장(火葬)으로 나뉩니다. 2025년 현재 한국에서는 화장을 선호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매장을 선택한 경우, 정해진 묘역에서 하관(관을 광중에 내림), 성분(봉분 만들기) 등의 절차를 거칩니다. 화장을 선택한 경우에는 화장터에서 고인을 화장한 후, 유골을 수습하여 유골함에 담습니다. 이 유골함은 봉안당(납골당), 수목장, 해양장 등 유가족이 미리 정한 장소에 안치하게 됩니다. 장지에서의 모든 절차가 끝나면, 장례에 참석했던 친지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장례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이로써 3일간의 공식적인 장례 절차는 모두 끝나게 됩니다.
💡 발인 당일 준비사항 체크리스트
발인 당일은 정신없이 지나가기 쉽습니다. 미리 확인하여 차질 없이 진행하세요.
1. 장례비용 정산: 장례식장 이용료, 식대 등 모든 비용을 발인 전에 정산합니다.
2. 운구차량 확인: 고인을 모실 리무진과 조문객이 탑승할 버스의 배차 시간과 인원을 최종 확인합니다.
3. 장지 준비물 확인: 화장장 예약 확인서, 사망진단서 등 장지에서 필요한 서류를 챙깁니다.
4. 영정/위패/관 운구 인원 배정: 미리 운구할 사람을 정해두면 당일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장례 후 절차와 마음 정리
3일간의 장례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 유가족이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절차와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망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사망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주민센터나 구청에 사망진단서를 지참하여 방문하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망신고가 완료되어야 상속, 재산 정리, 보험금 청구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인의 금융 거래 내역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하면 복잡한 재산 정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행정 절차와 더불어, 전통적인 장례 후 의례인 '삼우제(三虞祭)'를 지내기도 합니다. 삼우제는 장례 후 세 번째 날에 지내는 제사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새로운 환경에 안착하시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생략하거나 가족끼리 간소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가족의 마음을 돌보는 것입니다. 장례 기간 동안에는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깊은 상실감과 슬픔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고, 가족과 대화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심리 상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과정은 길고 힘들지만, 이를 통해 남은 이들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됩니다.

| 항목 | 신고/신청 기한 | 필요 서류 (기본) |
|---|---|---|
| 사망신고 |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 | 사망진단서, 신고인 신분증 |
|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이내 | 사망자 기본증명서, 신청인 신분증 |
| 상속세 신고 |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 | 상속세과세표준신고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
| 유족연금 청구 | 사유 발생일로부터 5년 이내 |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청구인 신분증 등 |


